"글쎄 넷플릭스가 한 달 무료래!"
라는 지인의 권유 혹은 꼬심(?)에 넘어가 한 달 무료를 결제했네요. 센스8 시즌2를 보던 중 이게 그렇게 재밌으니 꼭 보라는 지인의 2차꼬심에 넘어가 보게되었는데 정말 재미있으니 저도 한번 여러분을 꼬셔보겠습니다.
영어제목은 13reasons why. 미국의 리버티 고등학교에서 '해나 베이커'라는 여학생이 자살을합니다. 해나를 짝사랑하던 같은 학교의 클레이라는 남학생은 해나의 죽음에 슬퍼하던 중, 7개의 카세트 테이프가 든 의문의 상자를 받게되고요. 이 테이프는 해나가 자살하기 전 직접 녹음한 테이프로, 그녀가 죽은 13가지의 이유가 담겨있었습니다. '네가 지금 이 테이프를 듣고 있다면, 너도 그 이유들 중 하나야'. 해나를 좋아했던 클레이는 혼란에 빠집니다.
나비효과, 말 그리고 우울
결국에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해나도 한 때는 밝은 소녀였습니다. 대학에 가고싶어했고 작가라는 꿈도 있었죠. 그녀는 갑작스레 무너진게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작고 사소한 것들부터 시작했습니다. 이를테면 친했던 친구 '캣'의 이사라던지요. 물론, 친했던 친구가 이사해서 자살을 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캣'이 이사를 가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죽지않고 살아있을수도 있었을거예요. 그거는 모르는 일이죠. 일어나지 않았으니까요.처음에는 해나가 아닌 주변 환경이 바뀌었죠. 해나에 대한 말도안되는 소문이라던지, 해나를 보며 쑥덕대는 아이들이라던지. 해나는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이 나아지지 못했어요. 나중에는 해나 스스로가 바뀌기 시작합니다. 부정적으로요. 해나가 나쁜짓을 하거나, 학교에 돌아다니는 거짓 소문대로 행동한다는 뜻이 아니예요. 상처가 쌓일수록 내면이 점점 무너지게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해나가 겪은 일에 대해서 가볍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여자애라면 누구나 다 겪는 일이라고 하면서요. 혹은 해나에게 상처준 것을 끝까지 부정하기도 합니다. 몇몇은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상처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물론 다른 몇명은 알면서 행하기도 했고요. 그저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서, 혹은 다른 이유로요.
밝았던 소녀가 조금씩 우울해지며 결국에는 스스로 삶을 끊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사실 유쾌하지 않습니다. 슬프기도 하면서 그녀의 비참한 감정에 이입되기도하죠. 무엇보다 안타깝습니다. 그 일들중 몇 개만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누군가 한 명만 다르게 행동해주었다면 그녀는 살아있었을수도 있었을텐데. 아마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클레이 역시 같은 감정일것입니다. 무엇보다 그는 그녀를 좋아했으니까요.
남겨진 것들
유서조차 남기지 않은 그녀의 죽음에 (테이프를 남겼지만 부모님은 그 존재를 모릅니다.) 가족들은 그 이유를 찾고자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하나뿐인 딸을 잃은 부모는 같은 감정을 공유하면서도 계속 싸우게 됩니다. 죽은 딸을 위해, 혹은 살아남은 남편과 아내를 위한 방법이 같지 않을 때도 있거든요. 자식이 갑작스레 죽었는데 그 이유조차 알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조차 가지 않습니다.
학교에서는 해나의 죽음을 추모합니다. 해나가 쓰던 사물함에는 그녀의 사진과 형형색색의 추모 메모들이 붙어있고, 예쁜 꽃들이 가득하지요.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녀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로 인해 불이익을 받을까봐 전전긍긍하는 학교측과 아무렇지 않게 추모'인증샷'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아이들을 보면 묘한 기분이 들죠. 해나는 힘든 삶을 그만하기 위해 죽음을 택했지만, 사실 자신의 죽음으로 인해 무언가가 바뀌기를 바라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테이프도 남겼을테고요. 분명 바뀐 것도 있을테지만 그녀를 괴롭게 하던 모든 것이 바뀐 것 같지는 않아 안타깝습니다.
해나는 죽었습니다. 바뀌지 않는 사실이지요.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안타까웠습니다. 무언가 하나만 달랐다면, 그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거든요.
넷플릭스는 이 드라마의 시작에서 말합니다.
'당신이나 주변 누군가가도움과 위기 극복을 위한 방법을 필요로 한다면 13reasonswhy.com에서 정보를 얻으세요.'
세상 곳곳에서는 아직도 자살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고 있고, 자살률이 제일 높은 나라에서 살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유쾌하고 '재미'있는 드라마는 아닐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재미'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네요. 심심한 방학을 보내며 볼만한 새로운 미드를 찾고있다면
★강력추천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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